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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관포, 붉은 줄에 달린 운명

2장 위기의 서막 - 1

by M.W Archive 2024. 11. 5.

2-1: 도산과의 거래

 

영관포의 밤은 깊고도 무거웠다. 바람이 소리 없이 골목길을 스쳐 지나가며 연화각의 기와지붕을 흔들었다. 안에서는 촛불이 깜빡이며 방 안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강준과 민재는 테이블에 둘러앉아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연서는 창문가에 서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붉은 줄이 바람에 살짝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다.

 

“도산을 불러야겠습니다.”

 

연서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결연한 기운이 묻어 있었다.

 

“도산이라…”

 

강준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도산은 영관포에서 정보를 다루는 상인으로 유명했다. 그는 양쪽 모두와 거래하면서 이득을 취하는 인물이었다. 위험하긴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의 정보가 필요했다.

 

“그를 믿을 수 있겠습니까?”

 

민재가 조용히 물었다. 그의 시선이 방 안을 한 번 훑었다.

 

“믿지는 않아요. 하지만 지금은 필요합니다.”

 

연서가 단호하게 답했다. 촛불을 바라보며 숨을 고르듯 말을 이었다.

 

 

“우리가 가진 정보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일본군의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해야 해요.”

 

강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나가서 데려오겠습니다.”

 

연서가 그의 손을 잡으며 막았다.

 

“이미 연락해두었어요. 곧 도산이 올 겁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 밖에서 조심스러운 발소리가 들렸다. 그 발소리는 익숙한 리듬으로 연서에게 신호를 보냈다. 문이 열리고, 검은 외투를 걸친 도산이 방 안으로 들어섰다. 그의 입가에는 여느 때처럼 여유로운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눈빛은 예리했다.

 

“이 시간에 부르시다니, 무슨 일입니까?”

 

도산은 방 안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연서를 지나 강준과 민재에게로 향했다. 그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었다. 정보에 대한 거래는 언제나 그의 목적이었다.

 

“일본군의 최근 움직임을 알고 싶습니다.”

 

연서가 곧바로 말을 꺼냈다. 그녀는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도산은 손끝으로 턱을 살짝 긁으며 생각에 잠긴 듯했다.

 

“일본군의 움직임이라… 연화각을 주시하고 있다는 소문은 들었지요. 왜 그들이 이곳을 주목하는지, 이미 짐작하고 계신 거 아닙니까?”

 

강준이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필요한 정보만 말씀해 주십시오.”

 

도산은 방 안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여유로운 태도를 버렸다. 그의 표정이 조금 더 진지해졌다.

 

“좋습니다. 그럼 거래 조건부터 이야기하죠. 이번 정보는 꽤 귀합니다.”

 

민재는 시선을 날카롭게 하며 물었다.

 

“무엇을 원하십니까?”

 

도산은 잠시 침묵했다. 촛불이 흔들리는 순간, 그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내가 원하는 것은 연화각에 드나드는 사람들에 대한 정보입니다. 여긴 흥미로운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니까요, 특히 저항 세력 같은…”

 

연서는 순간적으로 강준과 눈이 마주쳤다. 도산의 요구는 예상 밖이었다. 그는 이 기회를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그걸 어떻게 사용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줄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입니다.”

 

연서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도산은 미소를 지우고 눈빛을 가다듬었다.

 

“알겠습니다. 일본군은 연화각과 이 주변에서 누군가를 찾고 있습니다. 비밀 문서가 이곳에 숨겨져 있다는 정보 때문입니다. 그 정보가 얼마나 확실한지는 모르겠지만, 수색 작전이 곧 시작될 것입니다.”

 

방 안은 순간 무거운 침묵에 빠졌다. 연화각이 일본군의 타깃이 될 가능성은 모두를 긴장하게 했다.

 

“구체적으로 언제 움직일 계획입니까?”

 

강준이 날카롭게 물었다.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연화각이 제일 먼저 수색될 것입니다.”

 

연서는 그 말을 듣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곳에 머무는 사람들, 특히 그녀가 지키고 있는 비밀이 드러난다면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었다. 강준과 민재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며 눈빛을 주고받았다.

 

“정보가 맞다면, 우리도 서둘러야겠군요.”

 

강준은 도산을 주시하며 말했다.

 

“다음 번에 거래 조건에 대해 더 논의합시다.”

 

도산은 미소를 띠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안전을 기원하겠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방을 나섰다.

 

그가 떠난 후, 연서는 창밖을 내다보며 붉은 줄을 바라보았다. 그 줄은 바람에 흔들리며 마치 다가오는 위기를 경고하는 듯했다. 방 안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들은 이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며 침묵 속에 빠져들었다.

 

“해야 할 일은 분명합니다.”

 

강준이 조용히 말을 꺼냈다.

 

“일본군의 움직임을 예상하고, 그들의 계획을 저지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연서는 그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결단이 굳어지고 있었다. 이곳을 지키기 위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준비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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