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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관포, 붉은 줄에 달린 운명

1장: 영관포의 어둠-1

by M.W Archive 2024. 10. 18.

1-1: 연화각에서의 첫 만남

 

 

영관포는 낮보다 밤이 더 고요했다. 도성의 불빛이 멀리서 희미하게 비추었고, 그 빛은 이곳 영관포에 닿기 전에 어둠에 삼켜졌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어둠 속에 숨었다. 도성 밖에서 일어난 일들은 더 이상 조선의 자주적인 결정이 아니었다. 일본군의 감시 아래, 영관포는 조선의 숨통을 점점 조여오고 있었다.

 

연화각의 작은 방 안. 연서는 창문 밖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바람이 잔잔히 불었고, 가끔 들리는 발소리마저 조심스러웠다.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일본어가 간헐적으로 귀에 들어왔고, 그 소리는 그녀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영관포는 이제 더 이상 조선의 땅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 같았다.

 

방 안에는 두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들은 얼마 전부터 연서의 도움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연서는 여전히 그들을 완전히 신뢰할 수 없었다. 그들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고, 그들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았다. 그들이 위험을 감수하며 이곳까지 온 이유는 무엇일까. 연서의 마음 속에는 여전히 의문이 가득했다.

 

“조선의 미래가 걸린 일이라면,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어.”

 

강준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지만, 그 속에는 어딘가 불안함이 엿보였다. 밤새 피로에 찌든 얼굴이었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결단에 차 있었다.

 

연서는 그를 가만히 응시했다.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들에게 모든 걸 털어놓기엔 아직 이르다고 판단했다. 이달의 존재가 드러나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단순히 조선의 독립을 꿈꾸는 자들이었지만, 연서에게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걸려 있었다.

 

“당신들에겐 시간이 문제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신중함이 더 중요합니다.”

 

연서는 차분히 대답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그 안에는 숨겨진 경계심이 담겨 있었다.강준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그는 연서가 생각보다 더 복잡한 상황 속에 놓여 있음을 직감했다.

 

“우리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당신밖에 없습니다.”

 

강준이 다시 말했다. 그는 지금이 협력을 구할 때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도 연서를 완전히 믿지는 않았지만, 상황은 그들이 손을 잡을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었다.

 

연서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먼 곳에서 일본군의 횃불이 일렁이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어디에나 있었다. 감시하고, 주시하며, 이곳을 완전히 장악해버렸다.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들과 손을 잡는 것이 옳을까? 그들에게 협력하는 것이 진정 조선을 위한 길일까?

 

“도와줄 수는 있겠죠.”

 

연서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서로의 신뢰가 필요하겠죠.”

 

강준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당연하지.”

그는 연서의 말에 동의하며, 그녀가 신뢰를 얻기 위해 무엇을 요구할지 궁금해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따질 여유가 없었다.

 

민재는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의 눈은 경계심을 잃지 않았지만, 연서의 말에 약간의 흥미를 보였다. 그는 연서가 단순한 기생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사실이 그를 더욱 조심스럽게 만들었다. 연서는 무언가 숨기고 있었다. 그 비밀이 무엇이든, 그들에게 중요한 단서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

 

“이곳에서 감시를 피하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에요.”

 

연서가 말을 이었다.

 

“일본군은 이미 이곳을 장악하고 있어요. 그들의 눈을 피해 정보를 교환하는 것은 쉽지 않아요.”

 

강준은 연서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의 눈은 창밖으로 향했다. 붉은 줄이 바람에 살짝 흔들리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지금 그들은 이곳에서만이라도 안전한 공간을 확보해야 했다. 그 줄의 미세한 흔들림은 마치 연서가 지금 이 순간도 감시받고 있다는 무언의 경고 같았다.

 

“이곳은 안전하지 않아.”

 

민재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

 

“언제든 들킬 수 있어.”

 

연서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이곳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았다. 일본군의 손길은 이미 연화각까지 뻗어 있었고, 그들의 움직임은 점점 더 날카로워지고 있었다. 연서는 지금 이 방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화를 감시하는 눈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요.”

 

연서가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있겠죠.”

 

강준이 대꾸했다. 그는 결코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그의 눈빛은 결연해 보였다.

 

“우리가 여기까지 온 이유는 단순히 정보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이곳이 조선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지점이 될 수도 있어요.”

 

연서는 잠시 그의 눈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이들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곳에 왔는지 명확히 알지 못했지만, 그들의 결의는 느낄 수 있었다. 연서는 잠시 숨을 고르며 생각했다. 그들의 힘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 혼자서는 일본군의 감시망을 뚫을 수 없을 것이다.

 

창밖의 붉은 줄이 다시 바람에 흔들렸다. 그것은 위험과 경고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연서는 지금 그 줄이 흔들리는 동안에만 안전하다고 믿고 있었다. 그 줄이 멈추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그녀를 잠식했다.

 

강준은 그녀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우리를 믿어줘요. 그러면, 우리도 당신을 믿을 겁니다.”

 

연서는 그 말을 곱씹었다. 믿음이라는 것은 이 시대에 너무나도 쉽게 배신당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눈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그 진심을 느끼며, 그들 역시 자신과 같은 마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좋아요.”

 

연서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서로를 지키는 것, 그것이 우리의 첫 번째 목표가 되겠네요.”

 

방 안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모두가 각자의 생각에 잠겨 있었다. 밖에서 바람이 한 차례 불어오고, 창밖의 붉은 줄이 흔들렸다. 그것은 마치 경고처럼, 그들에게 닥칠 위기를 암시하는 것 같았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그 붉은 줄이 끊기기 전에 움직이는 것이었다.

 

작가의 말

 

연서와 정탐꾼들이 처음으로 손을 맞잡았지만, 아직은 서로를 완전히 믿을 수 없는 상황. 그들을 둘러싼 일본군의 감시는 점점 더 조여오고 있습니다. 붉은 줄은 그들에게 위태로운 경고와도 같은 신호로 흔들리고 있고, 연화각에서의 그들의 동맹은 조선의 운명을 걸고 위험한 선택을 시작합니다. 다음 이야기에선, 일본군의 감시망 속에서 이들이 과연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지, 그리고 연서가 숨기고 있는 비밀이 어떻게 드러나게 될지… 함께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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