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나님이 모든 것의 원인 되심을 거부하는 인간의 죄
칼빈은 기독교 강요 제1권 제2장에서 하나님이 모든 것의 궁극적인 원인이 되신다고 가르칩니다. 하나님은 세상을 창조하셨을 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움직임과 사건을 섭리하시는 분이십니다. 하지만 인간은 하나님을 알지 못하고, 그분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는 곧 인간의 죄된 본성에서 비롯된 문제입니다.
죄로 인해 인간은 하나님께로부터 멀어졌고, 자신이 삶의 주인이 되려는 시도를 합니다. 전적 타락과 원죄의 결과로 인간은 스스로 하나님처럼 행동하며, 모든 것을 자기 뜻대로 이루려 합니다. 이렇게 자신이 삶의 주인이 된다는 착각은 결국 하나님을 멀리하고, 자기 마음대로 살아가려는 태도로 나타납니다. 이것이 인간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칼빈의 표현대로, 하나님 없이 인간이 스스로를 원인으로 삼으려는 시도는 죄의 깊은 속임수에 빠진 결과입니다. 하나님을 주권자로 인정하지 않고 자신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이끌어갈 수 있다고 믿는 것, 이것이 죄의 본질입니다.
2. 죄된 인간이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려 할 때
칼빈은 기독교 강요에서 인간이 하나님을 떠나 스스로의 삶을 주관하려는 경향을 “영적인 교만”이라고 설명합니다. 죄는 인간으로 하여금 자기 자신을 삶의 중심에 두게 합니다. 인간은 스스로를 높이며, 자신이 삶의 원인이라고 여기며 살아가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본질적으로 불안정하고 위험한 태도입니다.
죄로 인해 인간의 마음은 어두워졌고, 진리를 볼 수 있는 눈이 가려졌습니다. 하나님을 떠난 인간은 자신을 지탱할 수 없는 연약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하며, 심지어 하나님의 자리를 차지하려 합니다. 이로 인해 삶은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운 방향으로 흐르게 됩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자기 중심적인 삶의 한계를 보게 됩니다. 인간은 자신이 삶의 주인이 되려 할 때 더 많은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리게 됩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창조된 존재로서 하나님 없이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3. 하나님은 오래 참으시며 우리를 기다리신다
하지만 이런 인간의 연약함과 죄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오래 참으시는 분이십니다. 칼빈은 하나님이 인간의 죄를 심판하실 권리가 있으심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인내하며 기다리신다고 설명합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심판의 자리로 끌어가시는 대신, 우리가 그분께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회를 주시고 인내하십니다.
죄로 인해 하나님께 등을 돌리고, 심지어 하나님을 원망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살아가며, 때로는 하나님을 비난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들의 잘못된 인식과 표현까지도 너그러이 받아주시는 분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반항적인 태도를 인내하시며, 그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십니다.
성경 곳곳에서 하나님의 인내와 자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의 인자하심은 영원하니이다” (시 136:1)라는 고백은 하나님의 오래 참으심과 은혜를 찬양하는 예입니다. 또한 “주께서는 아무도 멸망하지 않고 다 회개하기에 이르기를 원하신다” (벧후 3:9)는 말씀은, 하나님께서 얼마나 끈기 있게 우리를 기다리시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4. 경건: 하나님을 아는 지식과 우리의 삶
칼빈의 기독교 강요에서 자주 등장하는 “경건(pietas)”의 개념은 바로 하나님을 바르게 알 때 나타나는 우리의 삶의 태도입니다. 경건은 단순한 외적인 종교 행위가 아니라, 하나님을 진정으로 경외하고 사랑하며, 그분께 순종하는 마음과 삶의 모든 측면에서 하나님을 주인으로 인정하는 자세를 의미합니다.
“경건(pietas)은 하나님을 아버지로 인정하고 신뢰하며, 그분을 주인으로 섬기는 경외심과 사랑에서 비롯됩니다. 이는 단순한 두려움이나 복종이 아니라, 하나님을 진정으로 경외하고 그분의 선하심을 신뢰하며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칼빈은 하나님을 알 때 진정한 경건이 생기고, 하나님을 모르고서는 경건한 삶을 살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인간이 하나님을 떠나고 스스로를 주인으로 삼으려는 이유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하나님을 알게 되면, 그분의 위대함과 사랑을 깨닫고, 자연스럽게 경외와 사랑의 태도, 곧 경건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경건은 우리가 하나님의 인내와 은혜를 아는 데서 나오는 반응입니다. 하나님의 오래 참으심을 아는 사람은 더 이상 스스로를 주인으로 삼으려 하지 않고, 하나님을 신뢰하며 그분께 의지하는 삶을 삽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참아주시고 기다려주신 그 은혜 속에서, 우리는 경건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아 가게 됩니다.
5. 결론: 하나님의 인내 속에서 길을 찾기
칼빈이 강조한 “하나님이 모든 것의 원인 되심”은 우리에게 중요한 신앙적 메시지를 줍니다. 우리는 하나님 없이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될 수 없으며, 그렇게 살 때 불안과 혼란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의 연약함과 반항을 이해하시며, 우리를 인내하며 기다려주십니다.
하나님의 인내는 우리에게 돌아올 길을 열어주십니다. 하나님을 떠나 자기 중심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 하나님께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는 바로 그분의 오래 참으심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의 기도는 단순히 “하나님, 나를 도와주세요”가 아니라, “하나님, 제가 주님께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인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칼빈이 강조한 경건한 삶은 바로 이렇게 하나님의 인내와 은혜 속에서 자라나는 삶입니다. 하나님을 주인으로 모시고, 그분을 경외하며 신뢰하는 삶을 통해, 우리는 참된 평안과 자존감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을 떠나지 않고, 그분을 모든 것의 원인과 주인으로 인정하며 살아가는 것, 이것이 우리의 신앙이 지향해야 할 바입니다.
'묵상글 > 매일의 기독교강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경, 우리의 길을 밝혀주는 빛 – 하나님께로 나아가는 안내자 (기독교 강요 제1권 제6장) (1) | 2024.11.06 |
---|---|
밤하늘의 경이로움과 신학의 근원: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자연과 인간의 마음(기독교강요 1권 제 5장) (3) | 2024.10.24 |
자기 중심적인 종교적 열심에서 참된 신앙으로 : 기독교 강요 제1권 제4장 묵상 (1) | 2024.10.23 |
인간의 마음속에 심겨진 하나님을 향한 본성적 지각 : 기독교 강요 제1권 제3장 묵상 (0) | 2024.10.22 |
하나님을 아는 지식과 우리 자신을 아는 지식의 상관성: 기독교 강요 제1권 1장 (1) | 2024.10.18 |
댓글